본문 바로가기

사슴벌레 암컷을 집 주변 흙 위에 올려주었다.

어제

아이와 놀다가

사슴벌레 통을 바라보았는데

사슴벌레 암컷이 뒤집어저있다.

그런데, 평소라면 뒤집어저있을경우

발버둥치고 있을텐데 가만히 있었다.

그 순간 직감했다.

"어? 어떻하지?"

 

황급히 사슴벌레 암컷을 꺼내어 흔들어보았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이는 옆에서 처다만 보고있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을 했다.

"사슴벌레가... 죽은 것 같아... 죽었어."

 

아이는 아직 죽음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 같지 않다.

"우리가 너무 시끄럽게 해서 놀랐나보다. 조용히해보자."

하면서 본인입과 내입을 손으로 가렸다.

"야행성이잖아, 밝아서 그런거 아니야?"

"아니야. 죽었어. 하늘나라 갔어"

 

"언제 다시 살아나?"

"한 번 죽은 생명은 다시 살아날 수는 없어"

 

그제서야 살짝 알 것 같은지

입을 삐죽이며

"보고 싶은데..."

 

"수컷도 죽었어?"

"아니, 수컷은 안죽었어."

"라이벌인 장수풍뎅이를 사주자."

 

더 이상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이가 보는 앞에서

사슴벌레 수컷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막막했다.

쓰레기통에 버려야할지, 묻어라도 줘야하는 것인지...

 

한참을 생각해보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버리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서

아이에게 같이 나가서 사슴벌레를 놓아줄지 물었다.

아이는 흔쾌히 나간다고 했다.평소라면 옷 입기 엄청 싫어하지만, 본인이 옷도 챙겨입는다.

 

양말을 신겨주면서내 감정을 이야기 했다.

"아빠는...좀 슬퍼...."

그런데 눈물이 찔끔 나왔다.

미치겠다. 

이게 뭔데 눈물이 나오냐.

모기랑 바퀴벌레는 잘 잡으면서... 동물에 별로 관심도 없으면서...

 

아이와 준비를 다하고

집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밟지 않는 곳에 놓아주자."

어디에 사슴벌레를 놓아줄지 고민하다가

작은 나무들 아래 놓아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흙 위에 사슴벌레를 올려주도록 했다.

"안녕...""안녕..."

"(기억안남)"

"사슴벌레는 흙이 될 거야. 미생물들이 사슴벌레가 흙으로 돌아가도록 할 거야."

'혹은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되겠지. 뭐 그것도 나쁜 것은 아닐 것 같아.'하고 생각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아이는 한번 더 말을 했다.

"보고 싶은데..."


블로그를 보니 올해 7월 6일 부터 사슴벌레를 키우기 시작했었다.

https://ssameocean.tistory.com/120

2020.07.06 사슴벌레 사육 시작

아침에 먼저 일어나서 한참 뒹굴거리다 보니 아이가 깨어났다. 깨어서 잠깐 몇 초 멍 때리며 앉아있다가 나를 보더니 입을 뗀다. "놀자" ㅋㅋㅋ 본인 스스로 노는 것이 제일 좋다며 뽀로로라고

ssameocean.tistory.com

5개월 정도 같이 지냈구나.

그래도 무슨 정이 좀 들었나보다.

내가 슬퍼하는 것을
와이프가 알면 놀랄일이다.
그 정도로 동물은 나에게 아웃오브관심거리...
하지만 내가 키운 동물이라 그런지 좀 슬펐다.

어쩌면
사슴벌레가 죽은 것 자체보다
그로인해 벌어진 내 생각들이 더 슬펐다.

키우기 전 부터 고민했던 것인
사슴벌레의 죽음
1~2년은 살 줄 알았는데,
1~2년 뒤면 아이가 죽음에 대해서
조금 더 알줄 알았는데 시간이 너무 일렀다.
역시 삶과 죽음은 예상치 못하는 구나...
누구에게든 그렇겠지.

매번 생각했다가 희미해지지만
가족에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겠다.
특히 빨리 커버리는 아이에게는 더더욱...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아이가 물어본다.
"사슴벌레는 모래가 되었을까?"
"흙이 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거야."
"흙이 된 것 보고싶은데..."
근데 왜 보고 싶은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