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9.06.30 천천히갈게

2019.06.30

 

오늘 일요일이었어.

평소처럼 할머니네 갔어.

할머니랑 너랑 최대한 놀고

엄마는 위층에서 공부하고

아빠는 너 보는 중간중간 인터넷도 하고 블로그도 하고...

낮잠은 안자고 혹시 집에 오는 차에서 잠들길 바랬는데 안자더라고...

졸려는 하는데 놀고싶어해서 너 방에서 같이 있어줬지

너는 같이 놀자고 달려들고 하는데

너무 졸려서 아빠는 잠깐 졸기도 했어

이유는 모르겠는데 너가 불도저를 보더니

물에 담궈서 놀고 싶었나 봐

물을 달라고 해서 물을 좀 떠줬어...

혼자도 잘 노는구나...

물놀이 안 한다고 해서 옷 갈아입히고

잠깐 의자에 앉아 너를 무릎에 앉히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같이 봤어

또래가 같이 나와서 그래도 잘 보네.

사실 보여주긴 싫었는데 아빠가 좀 쉬고 싶었어...

저녁으로 피자를 먹고

졸린지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좀 짜증 내는 데

바로 달래주지도 않았지.

그건 너에게 짜증 낸다고 해결되는 게 없다는 걸 좀 알려주고 싶기도 했지만...

네가 계속 짜증내서 아빠도 좀 짜증 났었어...

그래도 최대한 짜증 안내면서 말했어. ^^

울지 말고 또박또박 엄마에게 이야기해달라고...

다행히 네가 우는소리를 멈추고 엄마에게 너가 원하는 포크를 받아내는 의견 합의를 봤지...

미세먼지랑 날씨를 확인하고

너에게 물었어

아빠랑 자전거나 유모차 타고 나갈 거냐고

너는 자전거를 택했고

이를 닦이고 기저귀를 갈아서 자전거를 타고 나갔어.

너는 노래가 듣고 싶다고

뽀로로 사과 얼굴 노래를 챙겼지.

너가

‘아빠 우리 같이 노래 부를까요?’해서

우리 둘레길 가는 길에서 같이 불렀어.

신호등에서 초록불로 바뀌면 말해달라고 할 때

잘 말해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갑자기 네가 그러는 거야

‘근데 아빠 오늘 재미있었어요’

“나도 너랑 같이 있어서 즐거웠어”라고 말해줬어.

같이 있어서 즐겁긴 했는데

오늘 최선을 다해서 못 놀아 준 것 같은데

미안한 맘이 들었어.

그렇게 말해준 너가 고맙기도 하고...

이렇게 너와 대화할 수 있어서 좋구나.

우리 너가 많이 크더라도

친구같이 대화할 수 있는 사이였으면 좋겠어.

노래 부르고 방향을 돌려서 집으로 가려는데

너가 집에 가기 싫어했고

내가 “알았어 천천히 갈게”라고 했지.

좀 있다가 너가 말했어

“아빠, 천천히 가요”

“알았어. 천천히 갈게”

그러고 넌 잠들었어.

‘아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갈게.

우리 천천히 즐기면서 가자~’

 

그리고 한 가지 더!

조건은 하나였지.

‘어두워서 너가 자전거에서 내리면 아빠가 널 볼 수 없으니 내린다고 하지 말아 달라’

약속대로 안 내린다고 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