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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아이와함께 짧은 일화들

9일간의 추석 연휴가 끝났다.
아쉽다.
빨리 부자가 되어 은퇴를 하고싶...


월요일 화요일은 회사 연차였다.
아이는 유치원 보냈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후딱 하원 시간
하원 시간에 맞춰서 나갔는데
아이가 버스에서 내리면서
반가워하기도 어리둥절하기도 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아빠가 쉬는 날이라서 아빠가 데리러 왔다고 말했더니
"다음에도 아빠가 회사 안 가는 날에는
아빠가 데리러 와줘~"
"응~ 근데 그럴 날이 얼마나 있을까..."


보통 내가 뒹굴뒹굴할 것을 생각해서
멀리 떨어 저서 자는데
잠들기 전 아이가 가까이 와서 자라고 한다.
"왜? 가까이 와서 자?"
"가까이 와서 자는 게 좋아"
"왜 가까이서 자는게 좋아"
"그냥 좋아"
(이... 이런 말솜씨...)


머리를 정말 가끔씩 자르는 나
잠시 틈 틀 내어 머리를 자르고 왔는데
처음에는 못 봤다가 나를 보더니
진심 당황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아빠 ㅎㅎ 갑자기 머리가 왜 이렇게 귀여워 젔어?"
ㅋㅋ 너에게 귀여움이란???
너의 귀여움의 정의가 궁금해진다.



처가에 가족들이 모였는데
친척 누나는 방에 있고
아이는 방에 갔다 거실에 왔다
두 곳을 왔다 갔다 한다.
"누나는 뭐해? 누나랑 안 놀아?"
"응 ㅎㅎ 누나는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있더라고..."
뭐? ㅋㅋ 이런 표현은 쓴 기억도 없는데
어디서 배워오는 거니...


아이가 옥스퍼드 꺼내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레고 팝아트 앤디 워홀 광고 본 것이 생각이 나서
옥스퍼드 판에 글자 블록이랑 나무랑 이용해서
이름판 만들어서 생일도 블록 끼워놓고 했다.
그냥 시큰둥하는 듯해서
놀이 끝나고 상자에 집어넣었더니
"그거 정리하지 마~"
"왜? 꺼내놔?"
"응 꺼내놓고 보려고"
식탁에 올려놓았는데 침대방 가지고 들어가더니
"나 꽃 좋아하는데 이름에 꽃 심어줘서 고마워~"
나도 좋아해 줘서 고맙다.
불 껐는대도 한번 더 이름 보겠다면서 불 비춰달라고...
근데 그 딱딱한 걸 왜 들고 자니...


목욕탕에서도 쉴 새 없이 아야 기하는 아이
목욕탕에서는 특히 큰 소리 내지 않게
주의시킨다.
"여기 위층이랑 아래층에 사람 살고 있고,
여기 옆에도 옆 집 화장실이야.
화장실에서는 조금 더 조용히 말해"
오늘은 아이가 먼저 말한다.
"아랫집에 선생님이 살고 있데~"
ㅎㅎ 아까 엄마랑 이야기하더니...
그걸 알면서 너의 목소리는 아직도 좀 큰 것 같구나.


아이의 커가는 순간이 아쉬워
최대한 영상을 많이 찍으려 노력하지만
이런 찰나의 순간은 예상할 수가 없다.
뒤늦게 카메라를 들이대 보지만
첫 느낌 그대로는 아닌 아쉬움...
그냥 잊히기 전에 글이라도 남겨본다.